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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고?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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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 이사] 리포트 입력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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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성공하려면 몇 번이라도 실패를 감내해야 한다거나 혁신을 위해서는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많다.
세상에는 실패 후 성공한 사례가 많다. 발명왕 에디슨은 2000번의 실패를 겪은 후 전구를 발명했다고 하고, 알리바바의 마윈은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회사, 검색회사 등 8번의 실패를 거쳐 마침내 성공했다고 한다. 페이팔을 설립해 20대에 억만장자가 된 맥스 레브친 역시 페이팔 성공 전 6번을 실패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한다. 실패 없이 성공하겠다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패는 정말 성공의 어머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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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모리대학의 다이워스 교수와 노스캐롤라이나대의 배들리 스타츠 교수 등이 이 주제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① 나의 실패가 나의 성공으로 이어질까? 남의 실패가 나의 성공으로 이어질까?
② 나의 성공이 나의 성공으로 이어질까? 남의 성공이 나의 성공으로 이어질까?
위와 같은 질문에 답을 얻고자 이들은 메사추세츠 병원에서 외과의사들이 진행한 심장병 수술 성공률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1990년대 새롭게 개발된 off Pump CABG라는 심장수술법에 주목했다. 이 수술법을 새로 배운 외과의사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는지 추적했다. 이들은 메사추세츠 병원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외과의사 71명에게서 2009년 10~11월 사이에 집도된 6516회의 수술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했다.
CABG는 관상동맥 우회로 이식술(Coronary Artery Bypass Graft surgery)이라고 하는데 협심증으로 인한 흉통을 완화하고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수술이며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수술법 중 하나다. 이 중 off pump CABG 수술법은 심장을 정지시키지 않고 집행하는, 새로 개발된 심장 수술법이다.
이들이 전체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살펴본 최종 변수는 '수술사망률'이었다. 즉 수술사망률을 기준으로 수술의 성패를 측정했다는 의미다. 결과는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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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과거에 실패를 경험한 의사는 그 다음 수술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 한두번 수술에 실패한 의사들은 이후에도 계속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는 의미다. 이 결과만 놓고 본다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라 실패의 어머니인 셈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크게 2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원인을 어디에서 찾는지의 문제다. 실패한 사람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주변 사람이나 환경에 돌리는 경우가 많다. 주변 탓을 하면 진정한 피드백이 있을 수 없고, 제대로 된 개선책 또한 나올 수 없다. 그러니 실패를 반복할수록 실패가 재현된다. 이를 근본귀인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라고 한다.
둘째, 실패한 사람들은 과거 실패에 좌절감을 느껴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을 덜 한다. 한두번 실패하고 나면 심하게 좌절하고 다시 도전할 생각을 못하게 될 수 있다.
반면 새로운 수술에 성공한 의사는 그 다음 수술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다. 성공이 자신감을 북돋아 그 이후 닥치게 되는 과제에 좀 더 과감하게 도전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실패를 겪기 보다는 성공을 반복적으로 겪어야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작은 성공을 반복해 큰 성공을 만들어가는 것을 자기효용성이론(Self Efficacy Theory)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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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다른 의사의 실패를 목격한 의사들의 수술 성공률은 오히려 높아졌다. 스스로 겪은 실패는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지만, 다른 사람의 실패는 오히려 성공의 실마리가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사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자신을 검토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해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실패했지만 나는 실패하지 않을 거야. 제대로 준비해서 성공해야지' 하는 다짐의 계기가 된다는 의미다. 다른 사람이 실패하는 지점을 살펴보면서 팁을 얻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다른 사람의 성공은 내 성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사람의 성공은 흥밋거리가 될 수는 있어도 내 자신에게 커다란 동기 부여는 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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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다이워스 교수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는 다른 실패의 어머니가 된다. 그 이유는 원인을 제대로 탐색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나 환경 탓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다른 사람의 실패는 나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교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 내 자신의 도전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에디슨이나 마윈, 맥스 레브친은 어떻게 여러 번의 실패를 이겨내고 성공에 이르렀을까? 핵심은 제대로 된 피드백이다. 실패하더라도 제대로 된 피드백을 얻고 그것을 다음 도전에 반영하면 상황은 개선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리하자면 '나의 과거 실패는 나의 미래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나의 과거 성공은 나의 미래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다른 사람의 과거 실패는 나의 미래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핵심은 제대로 된 피드백이다'.
미국 서부 행동과학연구원(Western Behavioral Sciences Institute)의 대표이자 심리학자인 리처드 파슨이 남긴 말을 기억해보면 좋겠다. "우리는 자신의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패와 자신의 성공으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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