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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전기차를 모는 기자 구보씨의 하루
[김효준 이사] 리포트 입력 : 2018-10-23
2026년 11월 10일 화요일 오전 6시.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사는 구보 씨(37)는 알람 소리에 잠이 깼다. 어제 늦게 퇴근했더니 30가구 빌라 주차장에 2개밖에 없는 전기차 완속 충전기에 다른 주민의 차가 물려 있어서 충전을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난 그는 서둘러 잠옷 바람으로 내려가 충전이 끝난 옆집 차에서 커넥터를 빼내 자신의 국산 전기차에 꽂았다. 커넥터는 완충이 되면 잠금장치가 자동으로 풀려 차주가 없어도 차에서 빼낼 수 있다.
구보 씨는 1시간 급속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500km)까지 갈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1년 전에 5000만 원을 주고 레벨 4급의 자율주행기능까지 들어간 중형 고급 전기차를 구입했다. 부족한 충전시설만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처음에는 차가 너무 조용해서 페라리 12기통의 배기음이 스피커로 나오는 기능을 켜고 다녔지만 공허해서 이젠 사용하지 않는다. 레벨 4급은 운전대마저 없는 레벨5 완전자율주행 직전 단계로 좁은 주차장이나 여러 진행 방향의 차로 뒤엉킨 골목길 등에서만 사람이 운전해주면 거의 모든 도로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오전 8시 출근을 위해 차에 앉았다. 목적지인 서울 종로구까지는 40분이 걸린다고 내비게이션에 뜬다. 스마트폰의 캘린더와도 연동이 돼서 구보 씨의 오늘 일정과 퇴근할 때까지 주행 가능 여부도 알려준다. 공짜 충전이 되는 식당 안내는 기본이다.

5분쯤 주행했을까. 차에 내장된 인공지능 비서가 “출근길 모닝커피를 드시겠습니까”라고 물어본다. 그러라고 했더니 주행경로상에 있는 커피전문점에 주문과 결제까지 알아서 해준다. 도착 시간에 딱 맞춰 나온 커피를 드라이브 스루 카운터에서 받았다.

라디오를 켰더니 오늘도 전기차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진다. 충전기를 서로 차지하려고 처음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했단다. 간혹 이웃간에 시비가 빚어지긴 했지만 살인이라니... 엔진 변속기 등 내연기관 자동차의 부품 수요가 크게 줄면서 관련 회사들의 경영이 악화되고 일자리도 줄었다는 우울한 목소리도 들린다. 스마트폰에 많은 전자기기들이 사라졌듯이 자동차회사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현재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70만 대로 전체 자동차 2300만 대의 3%에 불과하지만 벌써 전력 문제가 심각하다. 여름철엔 피크 시간대엔 충전이 제한돼 불편을 겪었다. 매년 30%씩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당장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할 상황이지만 환경 문제 때문에 쉽지가 않다.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채워주기엔 역부족이다. 스마트그리드의 활용도 아직 신통치 않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산업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중국과 미국의 1위 전기차 회사가 합병하면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힘은 쇠퇴하고 그 대신 배터리 원료인 보유국이 뭉쳐서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 게다가 평균기온이 1도 더 상승하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투발루 같은 일부 섬나라는 사라졌고 해일과 태풍이 자주 발생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판매 규제는 한층 심해졌다.

회사에 출근한 구보 씨는 오후엔 마포구 상암동과 경기 성남시의 거래 업체를 방문하고 복귀했다. 오늘 총 주행거리는 110km이지만 아직도 100km는 더 갈 수 있다.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구보 씨는 오늘 주행에 들어간 전기료가 5000원밖에 되지 않아 흐뭇했다.
이윽고 저녁, 회식 때 소주를 한잔했는데 고민이다. 도심 사용 시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자율주행기능을 이용해 퇴근할 것인지, 아니면 대리운전사를 부를 것인지. 자율주행기능은 도심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지만 최근 몇 건의 사고로 소송이 빚어지면서 도심에서 자율주행 중 사고가 나면 보험 적용이 제한된다. 그래도 레벨 4급 자율주행차의 사고율이 일반차의 20% 수준이라는 것이 통계로 입증되면서 보험료가 20% 줄었다.

구보 씨는 결국 자율주행으로 집으로 향했다.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졸음이 몰려와 깜빡 잠들었는데 순찰 중이던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레벨4 이하 자율주행기능 이용 시 잠들면 안전운전 불이행으로 10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해서 차 안에 경고음이 울려도 운전자가 깊이 잠들어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길가에 정지하면서 교통체증이나 사고를 유발하는 사례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이나 안전 관련 새로운 규정 때문에 덕분에 자동차회사와 정부와 보험사 소비자단체 등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어쨌든 한 달 치 충전비는 범칙금으로 이미 날아가버렸다.
창업전문가
김효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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